큐레이터 5

정명희의 감로도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정명희) 추천 소장품

정명희의 감로도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정명희) 추천 소장품 지옥에서 어머니를 만나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머리를 삭발하고 긴 가사를 입은 모습에서 그는 출가(出家)의 길을 택한 승려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 위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선 한 승려로부터 이 그림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는 부처가 열반에 들기 전 재세시(在世時)에 부처를 따르던 열 명의 제자 중 하나인 목련존자(目鍵蓮尊者)입니다. 부처의 제자는 저마다 모두 한 가지씩 남들과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는 무엇보다 신통력이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하루는 그가 신통력의 눈으로 삼라만상 온 세계를 둘러보다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귀도에 빠져 계신 것을 보게 됩니다. 아귀란 윤회를 통해 태어나는 여섯 가지 길 중 하나로, 아귀도에 ..

정선의 정양사도(正陽寺圖)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민길홍) 추천 소장품

정선의 정양사도(正陽寺圖)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민길홍) 추천 소장품 언젠가 조선의 많은 화가들이 그린 여러 폭을 비교해 보다가 탑을 그리지 않은 낙산사 그림이 더 많은 것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습니다. 사찰 경내에서 탑은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셨다는 그 의미에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전각들 사이에 날렵하게 위로 솟아 눈에 띄기도 한데 말입니다. 게다가 탑을 그려 넣으면 그것이 일반 건축물이 아니라 불교 사찰이라는 것을 쉽게 전달할 수 있을 텐데, 탑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 참 의아했습니다. 사소하지만 궁금했던 이 문제는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중요한 특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취사선택과 생략의 화법을 쓴 진경산수화 진경산수화는 ‘우리 땅에 실재하는 우리의 산천’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런..

정수영의 해산첩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수경) 추천 소장품

정수영의 해산첩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수경) 추천 소장품 조선 후기 선비 화가 정수영(鄭遂榮, 1743~1831)은 1797년 가을 금강산을 유람하였습니다. 금강산 풍경을 유탄(柳炭)으로 스케치하고 이를 토대로 2년 후인 1799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에 걸쳐 가을 금강산(풍악산) 그림첩인 《해산첩(海山帖)》을 완성했습니다. 지리학자 집안 후손인 정수영은 남다른 관찰력, 독자적인 시각과 경물 배치 방식, 특유의 필법이 특징인 자신만의 금강산 그림을 남겼습니다. 금강산의 가을을 담은 정수영의 《해산첩》 단풍의 계절 가을이 오면 현대인들은 여행을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이를 블로그 등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혜경) 추천 소장품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혜경) 추천 소장품 기와이기, 주막, 새참, 무동, 씨름, 쟁기질, 서당, 대장간, 점보기, 윷놀이, 그림 감상, 타작, 편자 박기, 활쏘기, 담배 썰기, 자리 짜기, 신행, 행상, 나룻배, 우물가, 길쌈, 고기잡이, 노상풍정(路上風情), 장터길, 빨래터.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단원 김홍도(1745~ ?)가 그린 《단원풍속도첩》 속 스물다섯 점의 그림들입니다. 이 그림들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이미지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으로, 서민들의 노동, 놀이, 남녀 사이에 오고 가는 은근한 감정 등 삶의 여러 모습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조금 더 상세하게 보자면, 그림의 소재는 농업, 상업, 어업 등 일상에서의 노동부터 노동 ..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민길홍) 추천 소장품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민길홍) 추천 소장품 현실은 내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소중한 터전이지만, 늘 누구에게나 고되고 녹녹치 않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로부터의 잠시나마 탈출을 꿈꾸고 그 꿈은 너무나 달콤합니다. 18세기를 살았던 조선의 사람들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이상향을 꿈꾸었고, 그 꿈의 여정은 그림 속에서 펼쳐졌습니다. 그들에게 이상향은 정신적인 도피처이자, 어쩌면 평생 도달할 수 없는 별천지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인문(李寅文, 1745~?)은 10m에 가까운 가로로 긴 종이 위에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과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라 불리는 그림은 이상향을 간절히 찾는 조선 사람들의 내면을 반영한 그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국 회화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