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추천 소장품 42

백자 청화 산수무늬 항아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권소현) 추천 소장품

백자 청화 산수무늬 항아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권소현) 추천 소장품 회화와 도자의 만남 - 옛 그림을 담은 도자기 넓은 화창 속에 펼쳐진 산수를 담고 있는 이 청화백자 산수무늬 항아리[靑畫白磁山水文壺]는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입니다. 이 시기에 청화백자가 본격적으로 다량 제작되었다고는 하나 청화백자는 여전히 귀한 것으로 취급되어 대부분이 관요(官窯)인 분원(分院) 가마에서 만들어졌으며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 또한 궁중의 도화서에 속한 전문 화가들인 화원이 직접 내려가서 그림으로써 당시의 회화 화풍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요(官窯) 분원(分院)의 의미는 왕의 식사와 궁궐내의 연회에 관한 일을 맡은 관청인 사옹원의 분원이라는 개념으로 사용된 것이며 경기도 광주 일대에 10년을 단위로 옮겨 ..

분청사기 구름용무늬 항아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정인) 추천 소장품

분청사기 구름용무늬 항아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정인) 추천 소장품 조선시대의 도자기는 분청사기와 백자로 대표됩니다. 유교사회의 이념과 질서를 구현한 매체로서 오백여 년 조선의 역사와 함께한 백자와 달리, 분청사기는 고려 말 상감 청자의 전통을 밑거름으로 16세기 후반 무렵까지 조선의 도자 문화를 풍성하게 일구었습니다. 여의주를 전력하여 쫓는 용 묘사, 15세기 전반에 나온 분청사기의 정수 분청사기는 회청색의 도자기 표면에 백토를 입혀 장식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상감(象嵌), 인화(印花), 조화(彫花), 박지(剝地), 철화(鐵畫), 귀얄, 분장(粉粧)으로 나뉘는데, 그 중 상감과 인화 기법은 분청사기 장식의 골자를 이룹니다. 본래 상감은 바탕이 되는 재질에 다른 재료를 박아 넣어 장식하는 방법으로..

백자 매화 대나무 새무늬 항아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정인) 추천 소장품

백자 매화 대나무 새무늬 항아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정인) 추천 소장품 조선적인 미감이 드러나는 매조죽문(梅鳥竹文) 무늬 백자는 유교적 이념이 구현된 조선 문화의 대표적 산물로, 15세기 후반 왕실과 중앙 관청용 백자 제작을 전담한 ‘분원(分院)’이 설치됨에 따라 조선 백자의 토대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세련된 고급 백자의 생산이 진척되면서 조선 백자는 절제된 순백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의 무늬가 장식되기에 이릅니다. 조선시대 백자 장식은 같은 시기의 분청사기나 고려시대 청자에 비해 기법이나 소재 면에서 다소 단순한 편입니다. 새기거나 도장으로 찍는 방법이 아닌 대개 붓으로 그리는 기법이 중심이 되었는데, 시문된 안료의 색에 따라 푸른색의 ‘청화(靑畫)’, 흑갈색의 ‘철화(鐵畫..

경천사 십층석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신소연) 추천 소장품

경천사 십층석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신소연) 추천 소장품 부처, 보살, 사천왕과 신중들, 나한.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부처의 세계를 그려낸다면 어떻게 표현해볼 수 있을까요? 수평적인 모습일까, 아니면 수직적인 모습일까요? 시대마다 국가마다 사람들이 생각했던 불국토의 모습은 달랐을 것입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자리한 국보 86호 경천사 십층석탑은 약 13.5m의 웅장한 규모의 석탑으로, 석탑 전체에 불, 보살, 사천왕, 나한, 그리고 불교 설화적인 내용이 층층이 가득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는 모든 불교의 존상을 모은 일종의 불교적 판테온으로 고려시대 사람들이 생각한 3차원적인 불국토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경천사 십층석탑의 조성배경 경천사 석탑은 1348년(충목왕 4) 건립된 석탑으로 원래는 경기..

청자참외모양 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경남) 추천 소장품

청자참외모양 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경남) 추천 소장품 국보 94호 청자 참외 모양 병은 고려청자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병입니다. 제17대 임금인 인종의 장릉(長陵)에서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특히 '황통육년(皇統六年)'(1146)이라는 정확한 연대가 있는 시책과 함께 전해져 고려왕실의 청자에 대한 심미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려의 비색을 대표하는 병 여덟 잎의 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구연과 긴 목, 여성의 치마 주름처럼 생긴 높은 굽다리, 농익은 참외 형태로 만든 병의 몸통이 유려하면서도 우아합니다. 참외 모양의 몸통은 상하 수직선으로 눌러 오목하게 골을 표현하였고, 각각의 곡면에는 팽팽한 양감이 드러나 있습니다. 높직한 굽의 예리한 직선과 몸통의 곡선이 대치를 보이면서도 조화를 ..

청자 사자 장식 향로와 청자 투각 칠보 무늬 향로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경남) 추천 소장품

청자 사자 장식 향로와 청자 투각 칠보 무늬 향로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경남) 추천 소장품 1123년 서긍(徐兢, 생몰년 미상)은 송 휘종이 파견한 국신사 일행 중 한 명으로 한 달 남짓 고려에 머물면서 공식일정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때 고려의 여러 곳을 둘러보고 그에 대한 면모를 기록한 것이 바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입니다. 이 책의 「기명(器皿)」부분에는 고려의 다양한 그릇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특히 ‘도로조(陶爐條)’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산예출향도 비색이다. 위에는 짐승이 웅크리고 있고 아래에는 봉오리가 벌어진 연꽃 무늬가 떠받치고 있다. 여러 그릇 가운데 이 물건만이 가장 정교하고 빼어나다. 그 나머지는 월요의 옛날 비색이나 여주에서 요즘 생산되는 도자기와 대체로 유사하다..

물가풍경 무늬 정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채해정) 추천 소장품

물가풍경 무늬 정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채해정) 추천 소장품 청동으로 만들어진 국보 92호 물가풍경 무늬 정병을 처음 보게 되면, 정병 전체를 뒤덮고 있는 초록색 표면에 먼저 눈길이 가게 됩니다. 금속 재질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원래부터 그런 색이었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문화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 중에서도 언뜻 색깔만 보고 청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일 먼저 우리 눈에 띄는 초록색은 세월이 남긴 흔적으로, 바로 청동이 부식된 녹입니다. 바탕 재질인 금속을 부식시키는 녹이 이 정병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한다는 점은 사실 모순입니다. 정병 몸체를 보면 버드나무나 갈대가 자라는 섬들이 점점이 놓여 있고, 섬 주변 물가에는 새들이 여기저기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또한 ..

천흥사 범종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채해정) 추천 소장품

천흥사 범종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채해정) 추천 소장품 지옥까지 울리는 범종, 땅속의 중생을 제도하다 비교적 규모가 큰 사찰에는 커다란 종을 걸어 놓은 종각이 있습니다. 종각에 걸린 커다란 종이나 전각 내에 있는 작은 종을 일러 모두 범종(梵鐘)이라고 하는데, 범종은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중요한 의식구 중 하나입니다. 불교에서는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 범종을 특별히 사물(四物)이라고 하는데, 사물은 부처님의 말씀을 상징하는 소리를 통해 중생을 제도(濟度)하는 네 가지 의식구를 말합니다. 법고는 땅 위에 있는 중생을, 목어는 물에 사는 중생을, 운판은 하늘을 나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그 소리가 지옥까지 울린다고 하는 범종은 땅속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

김정희의 묵소거사자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수경) 추천 소장품

김정희의 묵소거사자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수경) 추천 소장품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그 대상이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았지만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여 나를 잘 알고 믿어줄 벗이 있다면 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이 위로를 받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모든 평가나 가치가 쉽게 흔들리고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돌처럼 견고한 지인과의 우정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힘겨운 일을 겪어 심신이 아픈 오랜 친구를 위한 변치 않는 우정을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 해서의 대표작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 해서의 규범, 묵소거사자찬 ‘묵소거사(黙笑居士)’는 침묵을 지켜야 할 때에는 침묵을 ..

심사정의 파교심매도(灞橋尋梅圖) -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큐레이터 박해훈 추천 소장품

심사정의 파교심매도(灞橋尋梅圖) -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큐레이터 박해훈 추천 소장품 파교심매도(灞橋尋梅圖)는 눈 내리는 겨울 날, 봄소식을 기다리며 선비가 매화를 찾아나서는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이는 탐매도(探梅圖)라고도 하는데, 중국 당대의 유명한 시인 맹호연(孟浩然, 689~740)의 고사(故事)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탈속하고 고아한 선비의 대명사로 인식된 맹호연의 고사 파교심매도는 조선시대에 화가들이 즐겨 그린 듯 비교적 많은 작품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의 교전인 『사서오경』이 교양의 기반이었고 회화에서도 문인과 관련된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 화제(畫題)를 많이 다루었는데 ‘파교심매’ 역시 문인 취향에 적합하여 많이 그려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국 당나라 시인 맹호연은 하북성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