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풀꽃과 나무 이야기/원예식물

라일락 (Lilac) - 엘리엇, 마네, 도상봉 그리고 아이유

오죽 (OJ) 2021. 4. 20. 16:41

라일락 (Syringa vulgaris, Lilac)

 

라일락은 봄의 향기를 전해 주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관상수이다. 미국계 영국 시인 T.S.엘리엇의 유명한 장시 '황무지'가 잔인한 4월의 라일락으로 시작하고, 수많은 화가들의 그림 속에도 등장한다. '꽃과 정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 우리나라에서는 ‘라일락 화가’라는 별명을 얻은 도상백 화백의 그림에도 멋진 '라일락'이 등장한다. 노래로는 지난 3월에 발표된 아이유의 정규5집 'LILAC'이 라일락의 꽃말 ‘첫사랑', 그리고 ‘젊은 날의 추억'을 잘 보여주는 곡인듯 하다.

 

라일락은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의 낙엽활엽소교목으로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 등이 원산지로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라일락이란 이름은 푸르스름한(bluish)을 의미하는 아라비아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품종에 따라 흰색, 연보라색, 붉은 보라색 등의 꽃이 피는데 보라색 계통이 가장 흔하며, 홑꽃이 피는 것, 겹꽃이 피는 것 등이 있다. 꽃은 향기가 은은하고 강하다. 약 6m까지 자라며, 가지는 많이 갈라져 넓게 퍼지고, 꽃이 가지에 빽빽하게 달린다. 꽃에서 나는 향기가 좋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관상수이다. 수수꽃다리에 속하는 우리나라 자생식물로는 수수꽃다리, 개회나무, 정향나무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털개회나무를 미국으로 가져가서 개량한 것을 역수입해 온 '미스김라일락'도 있다. 꽃말은 ‘첫사랑', 그리고 ‘젊은 날의 추억'이다.
* 미 군정청에 근무하던 "미더"라는 미국 사람이 1947년에 백운대에서 채집한 씨앗을 본국으로 가져가 개량하여 전 세계에 퍼진 것이 "미스김라일락"이고, 미스김은 당시 자신의 일을 도와주던 타자수의 성이었다고 한다.

 

Syringa vulgaris, the lilac or common lilac, is a species of flowering plant in the olive family Oleaceae, native to the Balkan Peninsula, where it grows on rocky hills. Grown for its scented flowers in spring, this large shrub or small tree is widely cultivated and has been naturalized in parts of Europe and North America. It is not regarded as an aggressive species. It is found in the wild in widely scattered sites, usually in the vicinity of past or present human habitations.

 

T.S 엘리엇의 장시 "황무지"의 시작 부분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겨울은 따뜻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생명은 마른 구근으로 연명하였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도상봉 화백의 라일락

 

서양화 1세대 작가 도천(陶泉) 도상봉 화백(1902~1977)은 ‘그림은 생활 속에서 나온다’는 말을 화두로 삼고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정물화와 풍경화를 그렸다. 국내 최초 서양화가인 고희동에게 그림을 배운 그는 주로 라일락, 국화, 백합, 코스모스 등을 조선시대의 잘생긴 백자 달항아리에 꽂아 자연미와 생활의 소박한 서정을 담아냈다. 꽃송이가 크지 않고 작으면서 다발을 이루고 있는 라일락을 즐겨 그려 ‘라일락 화가’라는 별명도 얻었는데, 그가 남긴 라일락 정물화는 네 점으로 점당 1억~3억원을 호가한다.

 

'도상봉 라일락'은 도화백이 1930년 서울 혜화동에 한옥을 마련하면서 앞뜰에 심은 것으로 도화백은 생전에 라일락을 꺾어 조선백자에 꽂은 뒤 정물화를 그리길 좋아했다고 하는데, 2001년 집수리 때 인부들이 시멘트를 나무뿌리 근처에 쏟아부어 놓는 바람에 거의 말라죽게 된 것을 도화백의 아들 직장 후배가 소생시켜 용인 한택식물원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유(IU)의 라일락

 

20대의 마지막 29세가 된 아이유가 지난 3월 발매한 정규 5집의 타이틀이 'LILAC'이다. 20대의 마지막에 대한 화려한 ‘인사'를 담은 곡이라고 한다.

 

(노랫말)
오 라일락 꽃이 지는 날 goodbye
이런 결말이 어울려
안녕 꽃잎 같은 안녕
하이얀 우리 봄날의 climax
아 얼마나 기쁜 일이야
Ooh ooh
Love me only till this spring
봄바람처럼
(중략)
오늘따라 내 모습 맘에 들어
처음 만난 그날처럼 예쁘다고 말해줄래
어느 이별이 이토록 달콤할까
Love resembles misty dream
오 라일락 꽃이 지는 날 goodbye

 

www.youtube.com/watch?v=up47DpUv0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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