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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참외모양 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경남) 추천 소장품

오죽 (OJ) 2022. 2. 7. 16:51

청자참외모양 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경남) 추천 소장품

국보 94호 청자 참외 모양 병은 고려청자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병입니다. 제17대 임금인 인종의 장릉(長陵)에서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특히 '황통육년(皇統六年)'(1146)이라는 정확한 연대가 있는 시책과 함께 전해져 고려왕실의 청자에 대한 심미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려의 비색을 대표하는 병

 

청자 참외 모양 병, 고려 12세기 전반, 높이 22.6ㆍ입지름 8.4ㆍ굽지름 7.4 cm, 국보 94호

여덟 잎의 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구연과 긴 목, 여성의 치마 주름처럼 생긴 높은 굽다리, 농익은 참외 형태로 만든 병의 몸통이 유려하면서도 우아합니다. 참외 모양의 몸통은 상하 수직선으로 눌러 오목하게 골을 표현하였고, 각각의 곡면에는 팽팽한 양감이 드러나 있습니다. 높직한 굽의 예리한 직선과 몸통의 곡선이 대치를 보이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어 긴장감과 함께 경쾌하면서도 단아한 느낌을 줍니다. 몸통을 중심으로 목과 굽다리의 연결부위에서 확인되는 돌대는 금속기에서 차용한 듯하며, 병목에 가로선이 세 줄 음각되어 있을 뿐 다른 장식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오직 형태와 유색으로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굽바닥에는 유약을 닦아내고 내화토 받침을 일곱 곳에 받쳐서 구운 흔적이 있습니다. 전라남도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의 고려청자 가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당리 가마터에서 같은 모양, 같은 질의 도자 파편들이 수습되었습니다.

고려청자 특유의 미감이 발현된 것은 비색(翡色)과 상감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병은 고려 비색을 대표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옅은 비취빛 청자유가 참외 모양 병 전체에 고르게 시유되었는데, 유층에는 작은 기포가 가득 차 있고 균열이 없으며 광택은 은은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빛이 반투명한 유약을 투과하여 태토(바탕흙)가 엷게 비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단정한 형태와 비취색이 빚어낸 정적인 아름다움

송나라 사신단이었던 서긍은 1123년 고려에 한 달 간 머무르면서 보고 들은 각종 고려의 문물을 고국으로 돌아가 『선화봉사고려도경』이라는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 중 “고려인들은 청색도기를 일컬어 비색이라고 부른다.” 라고 되어 있어, 비색이라는 명칭이 이미 고려 때부터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송나라 태평노인(太平老人)은 『수중금』에서 ‘고려비색이 천하제일’이라고 기술하여 당시 중국까지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이 알려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서긍이 목격하고 태평노인이 극찬했던 고려비색은 바로 참외 모양 병과 같은 수준의 유색을 보고 언급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몸통이 참외 형태로 생긴 병은 중국의 송대 자주요, 경덕진요, 요주요 등에서 제작되어 유행하였으며, 11세기 후반~12세기 전반에 걸쳐 고려청자 제작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개성에서 출토된 경덕진요 청백자 참외 모양 병과 비교해 보면 중국의 것은 목이 짧고 굽이 낮으며 전체적으로 양감이 풍부한 데 반해, 이 병은 전체적인 비례와 조화미가 뛰어납니다.

청자 참외 모양 병과 함께 인종 장릉의 것으로 전하는 청자로는 청자 잔과 뚜껑, 청자 합, 청자 받침대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단정한 형태에 과도한 장식 없이 비색 유약이 깔끔하게 시유되어 있어 12세기 전반 고려왕실의 청자 취향을 잘 보여줍니다.

 

청자 잔과 뚜껑, 청자 합, 청자 받침대. 과도한 장식 없는 단정한 형태로 고려왕실의 청자 취향을 보여줍니다.

 

청자 연꽃 넝쿨무늬 매병

청자 참외 모양 병처럼 오직 형태와 색으로만 그릇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고려청자가 있다면 이와 다르게 국보 97호 청자 연꽃 넝쿨무늬 매병은 선 굵은 연꽃이 커다란 매병 전면에 가득히 그려져 동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부드럽고 유려한 고려 매병의 곡선미를 잘 보여주는 청자 연꽃 넝쿨무늬 매병, 국보 97호


이 매병은 높이가 43.9cm에 이르는 큰 작품으로 중국 매병의 긴장된 선과 전혀 다른, 부드럽고 유려한 고려 매병의 곡선미를 잘 보여줍니다. 어깨의 풍만함이 강조되어 역삼각형 구도를 하고 있으며 아랫부분은 당당하게 이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몸통 전면에 큼직한 연꽃과 넝쿨이 한데 어우러져 굵은 선으로 시원하게 새겨져 있으며 굽다리 둘레에는 뇌문(雷文) 띠가 음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연꽃과 넝쿨의 잎맥은 가늘고 예리한 선으로 표현하여 섬세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정련된 태토에 연한 녹색이 감도는 투명한 청자유가 고르게 시유되었으며 설 핀 빙렬(氷裂)이 번잡하지 않게 나 있습니다. 이 같은 전성기 청자 파편은 주로 전라남도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청자 가마터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중국 송대(宋代)의 시(詩)에 등장하는 ‘매병(梅甁)’은 꽃을 꽂는 용기나 방안에서 감상하는 용기를 지칭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매병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매병에는 원래 사다리꼴 뚜껑이 함께 구성되어 술이나 각종 음료 등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서해안 마도 인근에서 꿀을 의미하는 ‘蜜(밀)’이 쓰인 죽간이 매병과 함께 인양되어 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매병에 담겼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가) 창작한 청자 참외 모양 병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