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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집 모양 토기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고영민) 추천 소장품

오죽 (OJ) 2022. 6. 27. 21:22

삼국시대 집 모양 토기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고영민) 추천 소장품

사람이나 동물뿐 아니라 집·배·수레 등 다양한 사물의 모양을 본떠 만든 토기를 상형토기(象形土器)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옛 사람들이 생활 했던 집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 <집 모양 토기>입니다. 주로 삼국시대 신라와 가야 지역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집은 현재 대부분 터만 확인되므로, 집의 전체적인 모습을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토기 제작 기술과 함께 집의 전체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집 모양 토기>가 가진 정보는 매우 귀중합니다.

 

<집 모양 토기>, 삼국시대, 높이 12.5㎝, 신수1108 대구 현풍 지역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합니다.

살림집의 모습을 잘 표현한 토기

신라나 가야에서는 여러 가지 모습의 <집 모양 토기>가 발견됩니다. 기둥을 높게 세워 만든 고상식(高床式)의 창고나 살림집의 모습으로 크게 나뉩니다. 집의 서까래나 벽체, 여닫이문까지 묘사하여 당시 집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경북 현풍 지역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집 모양 토기>는 정면 1칸, 측면 2칸의 형태입니다. 크기는 12.5cm로 비교적 작고 정교합니다. 토기 전체에 걸쳐 구울 때 생긴 자연 유약이 덮혀 있어 서 은은한 광택이 있습니다. 살림집 모양을 본뜬 것으로 지붕 전면은 맞배 지붕 형태이며, 후면은 우진각 지붕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둥 위에 대들보를 올렸고, 마룻대공과 박공도 있습니다. 기둥 사이에는 사다리가 있는데 사다리 끝에 출입구가 달렸습니다. 지붕은 갈대나 억새를 이어 만든 초가지붕 형태로, 이엉을 고정하기 위한 새끼줄로 보이는 점토 띠도 부착되어 사실성을 더합니다.

지붕의 꼭대기에는 고양이 모양 토우(土偶)가 달려 있습니다. 쥐를 잡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보며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사다리를 올라가는 생쥐 토우도 있어서, 집 주변 일상을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높은 사다리와 곡식을 훔치러 가는 쥐의 묘사 등으로 볼 때 곡식 저장 창고 기능도 겸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는 고양이 한 마리와 쥐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하였습니다.

삼국시대 사람들은 어떤 집에 살았을까요?

삼국시대 신라나 가야 사람들이 살았던 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현재 확인되는 이 시기의 집은 보통 땅을 파서 만든 반지하식과 지상식 두 가지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일상 생활을 하는 집은 주로 원형이나 사각형의 반지하식 움집이었습니다.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땅을 파고 기둥을 세운 후 풀 등을 얹어서 지붕을 만든 형태입니다. 『삼국지』 「동이전(東夷傳)」 기사를 통해 당시 집의 모습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거처는 초가집과 흙방으로 짓는데, 모양이 무덤과 같으며 출입구는 위쪽에 달려 있다.”
(居處作草屋土室, 形如冢, 其戶在上)

 


살림집 형태의 집 모양 토기인 전(傳) 대구 현풍 출토 집 모양 토기나 김해 봉황동 유적 출토품이 이러한 기록과 유사한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상식 집은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벽체와 지붕을 얹은 고상식 창고가 많습니다. 현재 발굴조사에서 집터나 기둥 자리만 확인됩니다. 이러한 고상식 창고를 본뜬 <집 모양 토기>는 창원 석동 유적이나 함안 말이산 유적 등지에서도 출토되었습니다. 목조 구조물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썩어 없어지므로, 현재 집의 전체적인 구조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당시 주거 문화를 연구하는 데 집 모양 토기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풍요를 기원하는 안식처

집을 형상화하여 만든 <집 모양 토기>는 삼국시대 다른 상형토기와 같이 예술 작품처럼 보이지만 숨은 기능이 있습니다. 지붕에 아가리[注口]가 있고 속이 비어서, 물과 같은 액체류를 담거나 따를 수 있었습니다. 현풍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하는 집 모양 토기도 지붕에 굴뚝 모양 아가리가 달렸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집 모양 상형 용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속이 비어 있으며, 굴뚝 모양 주구를 통해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습니다.

<집 모양 토기>는 주로 무덤에서 발견되므로, 껴묻거리[副葬品]나 장례 의식에 쓰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나 살림집 모습을 토기로 만들어 무덤에 같이 넣었던 것은 내세에도 평안하고 배부르게 지내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것 아닐까요?
이처럼 신라와 가야 지역에서 발견되는 <집 모양 토기>는 당시의 집 구조와 발달한 토기 제작 기술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유물입니다.

 

"출처표시+변경금지" 국립중앙박물관이(가) 창작한 삼국시대 집 모양 토기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