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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단풍과 시(詩)

오죽 (OJ) 2022. 12. 3. 20:05

가을과 단풍과 시(詩)

 

가을, 해인사 소리길
   - 소천(素泉) 김태수

물소리에 눌린 바람은
우수수 낙엽으로 마음 달래고
떨어진 고엽은
계류따라
너울 너울 춤추며
옥빛 담에 모여 이불되고
소리길따라
불국정토 헤매인다

정스런 가을하늘은
구름으로 시한편 그려
낙엽소리 가는 세월에
흰머리 서러워
단풍으로 변했구려

 

가을, 겨울사이
   - 소천(素泉) 김태수

얼콰하게 취한
낙엽으로 뒹굴다
논두렁 서성이는
새 한마리가
비에 젖어 날아간다

우리 나눈 정들이
소복히 누운
가을 겨울 사이를

 

가을과 단풍
          -   김순옥  -

겨울에 떠밀려간 그 길을
더듬거리며 다시 왔다
환한 미소 가득안고

밤기운 싸늘한 산골짜기
언덕 넘고 강 건너
한 걸음한걸음 곁으로 온다

오색 단장하고
한들 춤 고운 맵시에 취해
바람은 흥얼거리며 노래를 한다
아침 햇살 안개 걷히고
숲 물결 위로 내려와 입맞춤 하면
나뭇잎은 활활 탄다

옥색 물을 둘러씌워도
그 불 색깔은 곱기만 하다
낙엽 타는 향기 창가에 스민다.

 

늦가을 단풍
    -   김경숙

하얀 햇볕 아래
나무들 잠재우고

무슨 말이 남았는지
뒤척이는 붉은 가슴

저물어 가는 산사
곱게 물들이며

떨치지 못해 붙잡은
마지막 남은 미련

 

단풍, 혹은 가슴앓이
    -  이민우

가슴앓이를 하는게야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대낮부터
낮 술에 취할 리가 없지

삭이지 못한
가슴 속 붉은 반점
석양으로 타오르다 마침내
마침내 노을이 되었구나

활활 타올라라
마지막 한 잎까지
아쉬워 아쉬워 고개 떨구기엔
가을의 눈빛이 너무 뜨겁다

 

단풍나무 한 그루
       - 안도현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 죽여야겠다고

가을 산 중턱에서 찬 비를 맞네

오도가도 못하고 주저 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네

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 오르네

 

단풍
    - 이상국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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