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풀꽃과 나무 이야기/풀꽃 (야생화)

들국화 산책

오죽 (OJ) 2018. 1. 18. 02:19

들국화 산책

 

한여름의 무더위가 물러가고 아침 저녁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산과 들녘에는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난 들국화들이 가을을 알립니다. 국어사전에는 들국화를 재배 국화에 대하여 야생하는 국화 종류의 꽃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구절초, 금불초, 산국 따위를 말하며 야국(野菊) 이라고도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들국화란 특정 식물의 명칭은 아니지만 들에 피는 국화류의 식물을 두루 이를 수 있는 편리한 이름인 셈이지요.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청초함과 야생에서 피어나는 강인한 이미지 때문에 시나 그림, 노래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80년대에 데뷔 한 유명한 록그룹의 이름이 되기도 합니다.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이자 학자인 조호익은 개울가에 소옥을 짓고 들국화가 핀 것을 바라보며 즐겼는데 들국화야 말로 진정한 천향을 지니고 있다 (野姿眞是得天香)”고 하여 들국화를 매우 사랑하였다고 하고, 정조가 그린 들국화 그림은 보물 74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시인 노천명은 국화제란 시에서 들녁 경사진 언덕에 네가 없었던들 가을은 얼마나 적적했으랴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 이름 모를 풀 틈에 섞여 외로운 절기를 홀로 지키는 빈 들의 새악시여 갈() 꽃보다 부드러운 네 마음 사랑스러워 거친 들판에 함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 (이하 생략)”고 읊었고, 아동 문학가 장수철은 흰 구름이 떠도는 가을 언덕에 한 떨기 들국화가 피고 있는데 그 누구를 남 몰래 사모하기에 오늘도 가련하게 구름만 돈다. (이하 생략)”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판소리 명창 김소희가 만들었다는 신민요 들국화타령도 있습니다. 가을철 산기슭에 외로이 핀 들국화를 노래한 3절로 된 짧은 노래로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연분홍 ·보라색은 두메산골 처녀인 양 흰 빛깔 맑은 자태 산중 처녀 닮았구나. (2) 그 누구가 가꾸련만 혼자 크고 혼자 피며 높낮이 가림 없이 우뚝우뚝 여기저기. (3) 새벽 이슬 젖은 얼굴 햇빛을 받아 단장하고 황혼되어 달 비치니 가장 혼자 한()도 많다.” .

 

우리 주위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들국화는 아마 산국이 아닐까 합니다. 9~11월에 꽃이 피는 산국은 산과 들의 양지 바른 곳에서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00~150cm 정도이고 줄기와 가지 끝에 노란색 꽃이 여러 송이 피어 우산 모양을 이룹니다. 꽃의 향기가 진하고 두통이나 불면증에 좋은 약재로 쓰이기도 하나 약간의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산국과 비슷한 감국은 대개 바닷가 주변의 양지 바른 곳에 자라고 산국보다 꽃이 조금 크고 꽃의 향기가 연한 편으로 주로 차를 만들어 마시는데 차에서 단맛이 돌아 감국(甘菊)이라고 합니다. 산에 산국이 피면 바닷가 바위틈에는 해국이 핍니다. 매년 9월 하순경이면 영흥도 바닷가로 필자를 달려가게 만드는 매력적인 꽃입니다.

  

  정조가 그린 들국화

 

 

 

 

 해국

 

 

 

 

 

 

 

 

 

 

 

 산국

 

 

 

  

 

구절초도 가을 산과 들을 수놓는 들국화의 하나인데 음력 99일 중양절에 채취 한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 하여 구절초라 부르는데 줄기의 마디가 단오에는 다섯 중양절에는 아홉 마디가 된다는 뜻의 구와 중양절의 혹은 꺽는다는 뜻의 절자를 써서 구절초라고 하며, 가을에 뿌리를 캐어서 말려서 약으로 쓴다. 9~11월에 흰색 혹은 연한 분홍색 꽃이 가지 끝에 하나씩 피는데 식물 전체에서 짙은 국화 향기가 나서 뜰에 심기도 한다. 말려서 베개 속에 넣으면 두통이나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방향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구절초에는 산과 들에 흔히 자라는 구절초 외에 높은 산에서 자라는 산구절초, 경기도와 강원도의 강가 바위틈에서 자라는 포천구절초, 남부지방 바닷가 주변의 산지에서 자라는 남구절초,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자라는 울릉국화, 한라산 고지대 풀밭에서 자라는 한라구절초 등이 있다.

 

이외에도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들국화로는 쑥부쟁이류가 있다. 쑥부쟁이류도 집안이 복잡하여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눈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개미취, 벌개미취 등이 있는데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은 개쑥부쟁이와 귀화종인 미국쑥부쟁이, 공원 등에 무리지어 심어 놓은 벌개미취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쑥부쟁이라는 이름은 쑥을 캐는 대장장이의 딸의 전설에서 유래된 +불쟁이가 변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개쑥부쟁이는 산과 들의 건조한 곳에서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높이는 30~100cm 정도이고 8~10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연한 보라색 꽃이 한 송이씩 핀다. 미국쑥부쟁이는 북미가 원산으로 한국전쟁 기간 중 미군 군수물자에 섞여 들어온 귀화식물로 번식력이 좋아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쑥부쟁이 보다 작은 자잘한 흰꽃이 많이 달린다. 벌개미취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산과 들에 드물게 자라지만 꽃이 아름답고 지하경이 왕성하여 원예 및 조경 또는 지피용으로 많이 재배하므로 쉽게 볼 수 있다.

 

  구절초

 

 

 

 

 

   개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벌개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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