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풀꽃과 나무 이야기/풀꽃 (야생화)

제비꽃 연가

오죽 (OJ) 2018. 1. 14. 22:27

 

 

제비꽃 연가

  제비꽃하면 젊은 시절 즐겨 들었던 조영남의 노래 '제비'라는 노래가 먼저 생각납니다. '먹구름 울고 찬서리 친다 해도 바람 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 채 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 ...' 프랑스 출신의 여가수 Caterina Valente의 La Golondriana란 노래를 번안한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은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절절한 가사와 조영남의 유니크한 음색이 잘 어울려 제법 인기를 얻었던 곡으로 기억됩니다.

  처음부터 얘기가 옆길로 흘렀지만 강남 같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에 피어나는 제비꽃. 이름부터 정감이 가고 제비꽃 하면 금새 봄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 얼레지 등과 같이 겨울잠에서 깨어난 야생화 동호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다른 봄꽃들에 비해 관심을 덜 받기는 하지만 야생화에 별 관심이 없어도 민들레나 개나리, 진달래와 더불어 누구나에게 친근한 봄꽃이 제비꽃이 아닐까 합니다.

 제비꽃을 오랑캐꽃이라고도 부르는데 꽃이 필 무렵 오랑캐가 자주 쳐들어와서 또는 꽃의 뒷부분에 있는 원통형의 꿀샘('거'라고 함) 모양이 오랑캐의 머리채를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는 설이 있는데 후자가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이외에도 앉은뱅이꽃, 반지꽃, 장수꽃, 씨름꽃이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제비꽃1 < 제비꽃, 호제비꽃, 흰젖제비꽃,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 잔털제비꽃, 졸방제비꽃, 콩제비꽃, 털제비꽃>


  제비꽃은 흔히 볼 수 있고 꽃 모양도 독특하여 누구나 쉽게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꽃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이름을 불러주는 일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닙니다. 식물을 분류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종(Species)이고 그 위로는 속(Genus)-과(Family)로 올라가게 되는데, 제비꽃은 제비꽃과 제비꽃속에 속하는 꽃이기도 하고 제비꽃속에 속하는 모든 꽃들을 통칭하기도 합니다. 산림청에서 만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비꽃을 검색하면 57종의 제비꽃이 나옵니다.

 
  이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제비꽃속은 가까운 종 간에 외부 형태가 거의 비슷하고 종 내에서도 변이가 심하게 일어나며 종간 교잡에 의한 중간 형태의 교잡종도 쉽게 발생하고 있어 정확한 이름을 붙여 주는 일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제비꽃속에 속하는 식물은 525~600여종에 달하며, 대부분 북반구의 온대 지방에 분포하나, 하와이 제도나 호주,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산맥 같은 곳에서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 제비꽃을 'スミレ'라 부르는데 사람의 눈길을 끄는 색깔과 모양 때문에 애호가가 많고 다양한 변이종이 있어 '제비꽃의 왕국' 이라 불리기도 한다는데 기본종은 50여종이지만 다양한 변이를 포함하여 250여종으로 세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堇菜'라 부르는데 'Flora of China'라는 자료에는 131종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한국제비꽃연구회'란 제비꽃 매니아들의 동호회 모임이 있고,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 '한국의 제비꽃' 같은 단행본도 나와 있는 걸 보면 제비꽃 애호가들이 제법 있는 듯합니다.

 
  제비꽃은 들꽃을 대표하며, 옛 부터 친숙하게 여겨온 식물로 유럽에서는 아테네를 상징하는 꽃이었으며 로마시대에는 장미와 더불어 흔히 심었다고 하고, 그리스도교 시대에는 장미·백합과 함께 성모께 바치게 되었는데 장미는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백합은 위엄을 나타내며 제비꽃은 성실과 겸손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꽃말은 겸양(謙讓)을 뜻하며, 흰제비꽃은 티없는 소박함을 나타내고 하늘색은 성모 마리아의 옷 색깔과 같으므로 성실·정절을 뜻하며 노란제비꽃은 농촌의 행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삼색제비꽃이라고도 불리는 팬지는 세계적으로 원예용으로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고, 유럽에서는 바이올렛(굳이 번역하자면 '향기제비꽃')이 향수나 화장품의 원료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역사상 인물로는 나폴레옹1세가 제비꽃 애호가로 알려져 있는데 처 '죠세핀'의 생일에 제비꽃을 보냈고, 고도에 유배되었을 때에도 '제비꽃이 필 때 돌아오겠다'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이를 포함하여 유럽에서 제비꽃이라고 할 때는 바이올렛을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집 주위나 공원 등에서 제일 흔히 만날 수 있는 제비꽃으로는 꽃이 자주색 계통인 제비꽃, 호제비꽃, 흰색인 흰젖제비꽃 등인데 제비꽃과 호제비꽃은 비슷하나 호제비꽃이 3월부터 피는데 비해 제비꽃은 4월쯤 부터 피고, 제비꽃이 키가 좀 더 크고 미끈 해 보입니다. 제가 산책삼아 자주 가는 광교산 자락에서 지난해에 만난 제비꽃은 제비꽃, 호제비꽃, 흰젖제비꽃,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 잔털제비꽃, 졸방제비꽃, 콩제비꽃, 털제비꽃, 흰털제비꽃 등 인데 여러분들도 산책길이나 동네 가까운 산 등산길에 눈여겨보시면 이 정도의 제비꽃은 만나실 수 있을 듯합니다.

 

    이들 보다 좀 더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제비꽃을 만나고 싶으시면 경기도 지방에서 봄 야생화로는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인 천마산으로 가시면 됩니다. 지난 해 4월초순에 천마산에서 만난 제비꽃들은 둥근털제비꽃, 단풍제비꽃, 태백제비꽃, 민둥뫼제비꽃, 줄민둥뫼제비꽃, 노랑제비꽃 등이 있습니다.

 

 

 

제비꽃2 < 단풍제비꽃, 태백제비꽃, 민둥뫼제비꽃, 노랑제비꽃, 낚시제비꽃, 장백제비꽃>

 

  이 외에 왜제비꽃, 낚시제비꽃은 남부지방으로 내려가야 만날 수 있고, 장백제비꽃은 설악산 정상 부근이나 백두산에 가야 볼 수 있으며, 왕제비꽃과 선제비꽃은 멸종위기종으로 쉽게 만날 수 없는 귀한 꽃들 입니다.

 
  여러분들도 봄 산책길에 길섶에 핀 들꽃들에 한 번 쯤 눈길을 돌려 눈 인사나 나누시고 정확한 이름은 불러 주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면 아아 들꽃들도 우리 사람들 같이 모양도 살아가는 방식도 각기 다르지만 살아가는 환경에 맞추어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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