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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이 된 고아한 청자 구름 학 무늬 매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서유리) 추천 소장품

오죽 (OJ) 2022. 6. 28. 21:28

보물이 된 고아한 청자 구름 학 무늬 매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서유리) 추천 소장품

이 매병은 새로운 국보와 보물을 소개한 특별전 ‘선인들의 마음, 보물이 되다(2017.5.13.~7.9.)’에 전시되었던 작품입니다. 2015년에 보물로 지정된 구름 학 무늬 매병은 전시되었던 50건의 보물 가운데 유일한 청자로, 전시장 한편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한껏 뽐냈습니다. 어떠한 점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일까요? 어떠한 미적 가치 때문에 보물이 되었을까요? 또 보물은 어떻게 지정하는 것일까요?

 

청자 구름 학 무늬 매병, 고려 12세기 후반~13세기, 높이 30.0cm, 보물 제1869호, 덕수2182


유려한 매병의 자태

 

이 작품은 입이 작고 어깨선이 풍만한 전형적인 고려청자 매병입니다. 매병은 고려 초기부터 만들기 시작하여 12세기에 특유의 아름다운 형태가 갖춰졌습니다. 13세기가 되면 매병의 크기가 더욱 커지고 전 시기보다 굴곡 있는 S자 형태를 이룹니다. 매병은 조선 시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이처럼 매병은 시기에 따른 모양의 변화가 잘 나타나는,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기종(器種)입니다. 매병은 무늬가 없는 무문(無文)을 비롯하여 음각(陰刻), 양각(陽刻), 상감(象嵌), 철화(鐵畫), 동화(銅畫) 등 다양한 기법으로 무늬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이 매병은 일반적으로 높이가 30~40cm인 고려시대 매병에 비해 작아 아담한 느낌을 줍니다. 반구형의 구연에 짧은 목, 벌어진 어깨를 갖고 있으며, 우아한 S자 곡선의 형태가 돋보입니다. 팽배한 어깨는 적당한 긴장감을 주며 몸체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곡선은 어색하지 않습니다. 저부에 이르러 살짝 반전하는 모습은 형태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양을 만든 뒤, 정교한 상감 무늬를 넣었습니다. 굽 안쪽을 파고 바닥 닿는 부분에 검은 모래가 섞인 내화토빚음을 받쳐 구웠습니다. 매병 전체에 푸른색을 띠는 투명한 청자유약을 비교적 두텁게 시유(施釉)하였으며, 유약은 광택이 있습니다. 이처럼 단정한 형태와 맑고 깔끔한 비취빛 유색, 정교한 상감 무늬의 아름다운 구성은 이 매병이 보물로 지정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매병의 굽 모습

 

상감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학과 구름

 

고려청자가 이룬 업적은 아름다운 비색(翡色)과 고려만의 상감기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상감기법은 검은색 흙[赤土]과 흰 흙[白土]을 태토(胎土)에 넣어 무늬를 표현하는 것으로 흙의 종류에 따라 팽창률이 다르기 때문에 정교함이 필요한 수준 높은 작업입니다. 이 매병의 문양은 바로 이러한 상감기법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입 부분과 저부에는 흑상감으로 뇌문(雷文)을 넣었습니다. 가장 윗부분과 아랫부분에 넣은 이 문양대는 깔끔하게 처리하였으며 매병의 단정한 느낌을 주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몸체에는 푸른 유색을 하늘로 삼아 구름사이를 노니는 학의 모습을 넣었습니다. 충분한 여백을 두고 학과 구름을 배치하여 시원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학은 그 모습 하나하나가 다릅니다. 고개를 돌리고 수평으로 날고 있는 모습, 고개를 세우고 있는 모습,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 위로 올라가는 모습 등 다양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마치 서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율동감이 느껴집니다. 여기에 부리와 눈, 깃털 일부와 다리를 흑상감으로 표현하여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흙과 백의 상감기법의 유려한 처리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매병에 상감된 학의 모습

 

고대부터 사용한 학 무늬는 고려 12세기 비색 청자의 제작과 함께 자기에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학은 실제로 존재하는 새이지만 신비스럽고 고아한 자태가 특징입니다. 도교에서는 신선이 타고 하늘을 나는 새로 알려졌으며, 은둔자의 모습에 비유되기도 하였습니다. 하늘을 나는 신비스럽고 영적인 존재로 여겨졌으며, 천년 장수하는 의미를 지녀 길상문(吉祥文) 혹은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즐겨 쓰던 소재였습니다. 깨끗한 백색에 긴 목과 다리, 우아한 자태에서 뿜어내는 상서로움은 이러한 의미를 담기에 충분합니다.
구름은 피어나는 송이 모양으로 위를 향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느낌을 줍니다. 예로부터 해, 달, 별, 바람 등과 함께 신성시되어 왔습니다. 농경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구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장수와 길상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려청자뿐만 아니라 고대의 금속기, 고분벽화 등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이처럼 구름과 학을 표현한 운학문은 좋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장수를 의미하는 동시에 영험함을 표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체적으로 여백을 주어 시원한 공간감을 느끼게 하여 고려인의 탁월한 미감을 보여줍니다. 신선이 되고자 했던 고려인의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름과 학은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이지만, 이처럼 여러 가지 상징성이 스며 있습니다. 정교한 상감 무늬의 빼어난 구성, 그 안에 담긴 고려인의 심상(心想)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보물로 지정되기까지


그렇다면 보물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정되는 것일까요? 유형문화재 중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와 보물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청장이 지정합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지정기준 및 절차는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11조, 제17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을 간략하게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문화재의 지정 절차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 매병은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문화재위원들은 이 매병을 ‘고려 중기에 제작된 전형적인 매병으로 기형, 유색, 문양, 번조상태, 보존상태 등 여러 방면에서 우수한 면모를 갖춘 최상급의 청자’로 평가하였습니다. 유례가 비교적 많은 구름 학무늬를 새긴 청자 중에서도 시원한 공간감과 탁월한 문양 구성, 그리고 비취빛 유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극대화 된 점에서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흠집도 거의 없고 보존상태도 양호합니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문화재위원회의 회의자료 및 지정예고는 문화재청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미적가치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재의 지정이유와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일 것입니다.

 

"출처표시+변경금지" 국립중앙박물관이(가) 창작한 보물이 된 고아한 청자 구름 학 무늬 매병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