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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흥사 범종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채해정) 추천 소장품

천흥사 범종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채해정) 추천 소장품 지옥까지 울리는 범종, 땅속의 중생을 제도하다 비교적 규모가 큰 사찰에는 커다란 종을 걸어 놓은 종각이 있습니다. 종각에 걸린 커다란 종이나 전각 내에 있는 작은 종을 일러 모두 범종(梵鐘)이라고 하는데, 범종은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중요한 의식구 중 하나입니다. 불교에서는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 범종을 특별히 사물(四物)이라고 하는데, 사물은 부처님의 말씀을 상징하는 소리를 통해 중생을 제도(濟度)하는 네 가지 의식구를 말합니다. 법고는 땅 위에 있는 중생을, 목어는 물에 사는 중생을, 운판은 하늘을 나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그 소리가 지옥까지 울린다고 하는 범종은 땅속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

김정희의 묵소거사자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수경) 추천 소장품

김정희의 묵소거사자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수경) 추천 소장품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그 대상이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았지만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여 나를 잘 알고 믿어줄 벗이 있다면 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이 위로를 받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모든 평가나 가치가 쉽게 흔들리고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돌처럼 견고한 지인과의 우정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힘겨운 일을 겪어 심신이 아픈 오랜 친구를 위한 변치 않는 우정을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 해서의 대표작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 해서의 규범, 묵소거사자찬 ‘묵소거사(黙笑居士)’는 침묵을 지켜야 할 때에는 침묵을 ..

정명희의 감로도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정명희) 추천 소장품

정명희의 감로도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정명희) 추천 소장품 지옥에서 어머니를 만나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머리를 삭발하고 긴 가사를 입은 모습에서 그는 출가(出家)의 길을 택한 승려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 위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선 한 승려로부터 이 그림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는 부처가 열반에 들기 전 재세시(在世時)에 부처를 따르던 열 명의 제자 중 하나인 목련존자(目鍵蓮尊者)입니다. 부처의 제자는 저마다 모두 한 가지씩 남들과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는 무엇보다 신통력이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하루는 그가 신통력의 눈으로 삼라만상 온 세계를 둘러보다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귀도에 빠져 계신 것을 보게 됩니다. 아귀란 윤회를 통해 태어나는 여섯 가지 길 중 하나로, 아귀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