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86

구름은 천년을 흐른다 -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네귀 항아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김희정) 추천 소장품

구름은 천년을 흐른다 -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네귀 항아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김희정) 추천 소장품 구름무늬는 우리 민족의 오랜 문화 속에 깊이 녹아 있지만 주로 보조무늬로 사용되어 주목받지는 못하였습니다. 구름의 등장은 고조선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서 가장 먼저 나타납니다. 단군신화에는 환웅이 지상으로 내려올 때 '풍백(바람), 우사(비), 운사’(구름)'를 함께 데리고 왔다고 전합니다. 이는 농경사회를 대변하기도 하지만, 혹독한 자연환경에 대한 경외의 마음 즉, 종교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삼국시대 무덤 벽을 장식한 사신도도 상서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보조무늬를 사용하였는데, 학자들은 ‘화염문(火炎文)’ 혹은 ‘서운문(瑞雲文)’이라고 합니다. 도가사상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고려시..

보물이 된 고아한 청자 구름 학 무늬 매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서유리) 추천 소장품

보물이 된 고아한 청자 구름 학 무늬 매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서유리) 추천 소장품 이 매병은 새로운 국보와 보물을 소개한 특별전 ‘선인들의 마음, 보물이 되다(2017.5.13.~7.9.)’에 전시되었던 작품입니다. 2015년에 보물로 지정된 구름 학 무늬 매병은 전시되었던 50건의 보물 가운데 유일한 청자로, 전시장 한편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한껏 뽐냈습니다. 어떠한 점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일까요? 어떠한 미적 가치 때문에 보물이 되었을까요? 또 보물은 어떻게 지정하는 것일까요? 유려한 매병의 자태 이 작품은 입이 작고 어깨선이 풍만한 전형적인 고려청자 매병입니다. 매병은 고려 초기부터 만들기 시작하여 12세기에 특유의 아름다운 형태가 갖춰졌습니다. 13세기가 되면 매병의 크기가 더욱 ..

모란무늬 매병 - 생동하는 붉은빛 모란꽃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장성욱) 추천 소장품

모란무늬 매병 - 생동하는 붉은빛 모란꽃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장성욱) 추천 소장품 전성기 고려청자의 특성을 비색(翡色)의 좋은 청자색과 상감(象嵌)의 정교한 장식이라고 한다면, 이 모란무늬 매병[靑磁 象嵌銅彩 牡丹文 梅甁]은 상감청자 위에 동(銅) 안료로 채색을 더하였고 유난히 생동감 있으면서 화려한 표현에 그 가치를 둘 수 있는 수작(秀作)입니다. 또한 유사한 예를 찾기 어려워, 상감청자 매병의 전형(典型)으로 보기 힘든 특별한 매병입니다. 유려한 곡선을 이루는 매병의 몸체에는 커다란 모란꽃가지를 세 군데 배치하였습니다. 상감기법으로 장식한 모란꽃가지는 꽃잎과 꽃술의 세부까지 정교하게 묘사했을 뿐더러, 동채(銅彩) 기법으로 마치 꽃잎이 붉은빛으로 피어나는 듯이 화려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무엇보다..

청자 풀꽃무늬 표주박모양 주자와 승반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서유리) 추천 소장품

청자 풀꽃무늬 표주박모양 주자와 승반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서유리) 추천 소장품 개성 부근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아름다운 청자 주자(注子)와 승반(承盤)입니다. 고려시대 귀족들이 이 주자에 담긴 술을 서로 따라 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절로 상상되는 작품입니다. 색은 맑고 푸르며, 표주박 모양 주자와 발 모양 승반이 한 벌을 이룹니다. 푸른 배경 위에 까맣고 하얀 무늬가 눈에 띄며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가 돋보입니다. 주자는 술, 물 등의 액체를 담아서 따르는 용도이며, 승반은 주자를 받쳐 주자에 담긴 액체를 보온하는 등 기능적인 역할을 합니다. 완벽한 조합과 독특한 표현 기법, 자유분방한 무늬가 특징인 이 주자와 승반은 2017년에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완벽한 구성과 형태의 아름다움 이 작..

신선을 본떠 주전자를 만들었던 고려 사람들, 청자 선인모양 주전자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민경) 추천 소장품

신선을 본떠 주전자를 만들었던 고려 사람들, 청자 선인모양 주전자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민경) 추천 소장품 1971년, 대구 교외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 땅을 파다가 높이 28cm, 바닥지름 19.7cm의 청자 주전자가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74년 7월 9일, 이 청자 주전자는 국보 제167호로 지정됩니다. 도대체 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주전자가 뭐가 대단하기에 국보로 대접받는 걸까요? 고려의 청자는 남아 있는 수가 상당히 많지만, 출토지가 분명한 것은 많지 않습니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 이외의 지역에서 출토된 고급 청자는 더욱 드물지요. 특히 사람 모습으로 만든, 이른바 인형(人形) 청자는 매우 희귀합니다. 하지만 드물다는 것만으로 국보라는 칭호를 얻을 수는 없지요. 사실 이 아름..

백(白)과 청(靑)의 조화, <백자 상감 모란 버들 갈대무늬 매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서유리) 추천 소장품

백(白)과 청(靑)의 조화,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서유리) 추천 소장품 고려는 청자의 나라였습니다. 아름답고 찬란한 청자는 오늘날 고려시대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공예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려시대에도 백자는 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경기도 개성부근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고려 백자 매병입니다. 전체적으로 푸른 비색(翡色)을 머금은 청자와는 달리 부드러운 백색이 시선을 끕니다. 현재 남아 있는 고려 백자 중 드문 예일뿐더러 독특한 미감을 뽐내는 이 매병은 보물로도 지정되어 있습니다. 백자 속의 청자 이 백자 매병은 벌어진 입, 풍만한 어깨, 좁아지는 허리선과 살짝 반전되는 저부를 갖춘 전형적인 고려 매병입니다. 12세기 후반~13세기 전반 제작된 작품으로 보입니다. 고려청자에서도 쉽게 ..

신라의 도장무늬(印花文) 토기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윤상덕) 추천 소장품

신라의 도장무늬(印花文) 토기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윤상덕) 추천 소장품 ‘도장무늬 토기’는 6세기 말부터 9세기까지, 대체로 통일신라시대(676~935)에 유행했던 토기입니다. 도장을 찍듯이 표면에 화려한 문양을 장식해 ‘인화문(印花文) 토기’라고도 합니다. 인화문 장식은 신라인이 개발한 기법으로 고대 동아시아의 그릇 중에서도 신라 토기의 독특함을 잘 나타냅니다. 무늬 도장을 찍어 장식한 토기 인화문을 사용하기 전인 4~6세기의 토기 중에도 표면에 갖가지 문양을 새겨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 있지만, 그 문양은 뾰족한 도구로 하나하나 새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장무늬 토기는 무늬를 새긴 도장으로 눌러 찍어 문양을 만드는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무늬를 새긴 도장으로 찍으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백제 그릇받침(기대)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원표) 추천 소장품

백제 그릇받침(기대)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원표) 추천 소장품 그릇받침은 바닥이 둥근 그릇을 받쳐두기 위해 만든 것으로, 둥근바닥 토기가 많이 만들어졌던 삼국시대에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토기를 고정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되기 시작하였으나, 점차 제사에 사용하기 위한 공헌용(貢獻用) 도구로 변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크기는 더욱 커지고, 갖가지 문양을 화려하게 장식하여 매우 아름다운 토기로 발전하였습니다. 삼국시대 그릇받침 중 가야와 신라의 것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백제는 상대적으로 그 숫자가 매우 적습니다. 포천 자작리 출토 그릇받침은 백제 그릇받침의 완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매우 드문 자료입니다. 삼국시대 그릇받침 우리나라에서 그릇받침을 쓰기 시작한 것은 둥근바닥 토기를 만들어 사용..

사슴 장식 구멍단지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박진일) 추천 소장품

사슴 장식 구멍단지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박진일) 추천 소장품 아래위를 눌러 납작해진 공 모양의 몸통에 좁은 목과 넓게 되바라진 아가리를 가진 구멍단지입니다. 몸통 한 가운데에 하나의 구멍을 뚫었으며 몸통 상부와 목에는 파도 무늬를 베풀었습니다. 아가리의 안쪽과 몸체 윗부분에 녹색 자연유(自然釉)가 붙었는데 가마에서 떨어진 재가 마치 유약을 바른 것 같은 효과를 내었습니다. 목 바로 아래 어깨에는 두 마리의 사슴을 도드라지게 붙였는데 그 뒤로 다른 장식을 붙였던 흔적도 있습니다. 짧고 통통한 몸통에 짧은 다리 네 개와 작은 머리를 붙였습니다. 머리에는 아주 큰 뿔을 달았는데 앞에서 보았을 때 왼쪽 사슴의 뿔은 온전하나 오른쪽 사슴의 뿔은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두 눈은 둥글게 찍어서 표현하였으며 입을..

가야토기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박진일) 추천 소장품

가야토기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박진일) 추천 소장품 가야토기에는 회청색(灰靑色) 경질토기(硬質土器)와 적갈색(赤褐色) 연질토기(軟質土器)가 있습니다. 회청색 경질토기는 대개 제사용 토기로서 이전 시기 삼한의 와질토기가 매우 수준 높은 외래 토기 제작 기술의 영향을 받아 등장한 것입니다. 와질토기보다 훨씬 높은 1,000~1,200℃ 가량의 온도에서 토기를 구운 뒤 가마 입구를 막았는데, 가마 안은 산소가 차단되어 토기가 회청색이 됩니다. 이에 비해 적갈색 연질토기는 삼한의 무문토기 제작 기술이 발전한 것으로 주로 생활용 토기들입니다. 700~800℃ 가량의 온도에서 토기를 구운 뒤 가마의 입구를 막지 않아 적갈색이 됩니다. 이 가운데 가야토기를 대표하는 것은 회청색 경질토기입니다. 회청색 경질토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