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86

호랑이와 까치 그림(작호도, 鵲虎圖), 그리고 구름 속의 용 그림(운룡도, 雲龍圖)

호랑이와 까치 그림(작호도, 鵲虎圖), 그리고 구름 속의 용 그림(운룡도, 雲龍圖) 조선시대 매년 정초가 되면 궁궐과 여영집에서 벽사의 수호신으로 호랑이를 그려 대문이나 집안에 붙였다. 작호도(鵲虎圖)는 삼재를 쫒는 벽사의 기능을 하는 호랑이와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는 까치, 정월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함께 그린 민화로 오복을 가져오는 길상의 기능을 하는 용그림인 운룡도(雲龍圖)와 짝을 지어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작호도(鵲虎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작호도(鵲虎圖)-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까치호랑이가 그려진 부채-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책가도에 그려진 호랑이-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집게. 97년도 광주비엔날레 기념품-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책갈피-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작호도 접시-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삼성생명 ..

청자참외모양 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경남) 추천 소장품

청자참외모양 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경남) 추천 소장품 국보 94호 청자 참외 모양 병은 고려청자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병입니다. 제17대 임금인 인종의 장릉(長陵)에서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특히 '황통육년(皇統六年)'(1146)이라는 정확한 연대가 있는 시책과 함께 전해져 고려왕실의 청자에 대한 심미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려의 비색을 대표하는 병 여덟 잎의 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구연과 긴 목, 여성의 치마 주름처럼 생긴 높은 굽다리, 농익은 참외 형태로 만든 병의 몸통이 유려하면서도 우아합니다. 참외 모양의 몸통은 상하 수직선으로 눌러 오목하게 골을 표현하였고, 각각의 곡면에는 팽팽한 양감이 드러나 있습니다. 높직한 굽의 예리한 직선과 몸통의 곡선이 대치를 보이면서도 조화를 ..

청자 사자 장식 향로와 청자 투각 칠보 무늬 향로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경남) 추천 소장품

청자 사자 장식 향로와 청자 투각 칠보 무늬 향로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강경남) 추천 소장품 1123년 서긍(徐兢, 생몰년 미상)은 송 휘종이 파견한 국신사 일행 중 한 명으로 한 달 남짓 고려에 머물면서 공식일정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때 고려의 여러 곳을 둘러보고 그에 대한 면모를 기록한 것이 바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입니다. 이 책의 「기명(器皿)」부분에는 고려의 다양한 그릇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특히 ‘도로조(陶爐條)’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산예출향도 비색이다. 위에는 짐승이 웅크리고 있고 아래에는 봉오리가 벌어진 연꽃 무늬가 떠받치고 있다. 여러 그릇 가운데 이 물건만이 가장 정교하고 빼어나다. 그 나머지는 월요의 옛날 비색이나 여주에서 요즘 생산되는 도자기와 대체로 유사하다..

물가풍경 무늬 정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채해정) 추천 소장품

물가풍경 무늬 정병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채해정) 추천 소장품 청동으로 만들어진 국보 92호 물가풍경 무늬 정병을 처음 보게 되면, 정병 전체를 뒤덮고 있는 초록색 표면에 먼저 눈길이 가게 됩니다. 금속 재질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원래부터 그런 색이었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문화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 중에서도 언뜻 색깔만 보고 청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일 먼저 우리 눈에 띄는 초록색은 세월이 남긴 흔적으로, 바로 청동이 부식된 녹입니다. 바탕 재질인 금속을 부식시키는 녹이 이 정병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한다는 점은 사실 모순입니다. 정병 몸체를 보면 버드나무나 갈대가 자라는 섬들이 점점이 놓여 있고, 섬 주변 물가에는 새들이 여기저기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또한 ..

천흥사 범종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채해정) 추천 소장품

천흥사 범종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채해정) 추천 소장품 지옥까지 울리는 범종, 땅속의 중생을 제도하다 비교적 규모가 큰 사찰에는 커다란 종을 걸어 놓은 종각이 있습니다. 종각에 걸린 커다란 종이나 전각 내에 있는 작은 종을 일러 모두 범종(梵鐘)이라고 하는데, 범종은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중요한 의식구 중 하나입니다. 불교에서는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 범종을 특별히 사물(四物)이라고 하는데, 사물은 부처님의 말씀을 상징하는 소리를 통해 중생을 제도(濟度)하는 네 가지 의식구를 말합니다. 법고는 땅 위에 있는 중생을, 목어는 물에 사는 중생을, 운판은 하늘을 나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그 소리가 지옥까지 울린다고 하는 범종은 땅속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

김정희의 묵소거사자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수경) 추천 소장품

김정희의 묵소거사자찬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수경) 추천 소장품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그 대상이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았지만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여 나를 잘 알고 믿어줄 벗이 있다면 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이 위로를 받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모든 평가나 가치가 쉽게 흔들리고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돌처럼 견고한 지인과의 우정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힘겨운 일을 겪어 심신이 아픈 오랜 친구를 위한 변치 않는 우정을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 해서의 대표작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 해서의 규범, 묵소거사자찬 ‘묵소거사(黙笑居士)’는 침묵을 지켜야 할 때에는 침묵을 ..

정명희의 감로도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정명희) 추천 소장품

정명희의 감로도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정명희) 추천 소장품 지옥에서 어머니를 만나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머리를 삭발하고 긴 가사를 입은 모습에서 그는 출가(出家)의 길을 택한 승려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 위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선 한 승려로부터 이 그림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는 부처가 열반에 들기 전 재세시(在世時)에 부처를 따르던 열 명의 제자 중 하나인 목련존자(目鍵蓮尊者)입니다. 부처의 제자는 저마다 모두 한 가지씩 남들과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는 무엇보다 신통력이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하루는 그가 신통력의 눈으로 삼라만상 온 세계를 둘러보다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귀도에 빠져 계신 것을 보게 됩니다. 아귀란 윤회를 통해 태어나는 여섯 가지 길 중 하나로, 아귀도에 ..

정선의 정양사도(正陽寺圖)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민길홍) 추천 소장품

정선의 정양사도(正陽寺圖)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민길홍) 추천 소장품 언젠가 조선의 많은 화가들이 그린 여러 폭을 비교해 보다가 탑을 그리지 않은 낙산사 그림이 더 많은 것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습니다. 사찰 경내에서 탑은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셨다는 그 의미에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전각들 사이에 날렵하게 위로 솟아 눈에 띄기도 한데 말입니다. 게다가 탑을 그려 넣으면 그것이 일반 건축물이 아니라 불교 사찰이라는 것을 쉽게 전달할 수 있을 텐데, 탑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 참 의아했습니다. 사소하지만 궁금했던 이 문제는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중요한 특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취사선택과 생략의 화법을 쓴 진경산수화 진경산수화는 ‘우리 땅에 실재하는 우리의 산천’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런..

정수영의 해산첩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수경) 추천 소장품

정수영의 해산첩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수경) 추천 소장품 조선 후기 선비 화가 정수영(鄭遂榮, 1743~1831)은 1797년 가을 금강산을 유람하였습니다. 금강산 풍경을 유탄(柳炭)으로 스케치하고 이를 토대로 2년 후인 1799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에 걸쳐 가을 금강산(풍악산) 그림첩인 《해산첩(海山帖)》을 완성했습니다. 지리학자 집안 후손인 정수영은 남다른 관찰력, 독자적인 시각과 경물 배치 방식, 특유의 필법이 특징인 자신만의 금강산 그림을 남겼습니다. 금강산의 가을을 담은 정수영의 《해산첩》 단풍의 계절 가을이 오면 현대인들은 여행을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이를 블로그 등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혜경) 추천 소장품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이혜경) 추천 소장품 기와이기, 주막, 새참, 무동, 씨름, 쟁기질, 서당, 대장간, 점보기, 윷놀이, 그림 감상, 타작, 편자 박기, 활쏘기, 담배 썰기, 자리 짜기, 신행, 행상, 나룻배, 우물가, 길쌈, 고기잡이, 노상풍정(路上風情), 장터길, 빨래터.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단원 김홍도(1745~ ?)가 그린 《단원풍속도첩》 속 스물다섯 점의 그림들입니다. 이 그림들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이미지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으로, 서민들의 노동, 놀이, 남녀 사이에 오고 가는 은근한 감정 등 삶의 여러 모습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조금 더 상세하게 보자면, 그림의 소재는 농업, 상업, 어업 등 일상에서의 노동부터 노동 ..